미국 30년물 국채금리 급등, 한국 증시까지 흔드는 이유
미국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우리나라 주식까지 떨어지는 걸까.
주식을 하다 보면 미국 금리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기준금리도 아니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올랐다는 소식에 코스피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연결고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나 역시 국내 주식을 보고 있는데 미국 국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오르는 게 내 주식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증시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주식시장만 보고 있어서는 주가가 왜 떨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반도체처럼 미국 기술주와 연결된 종목을 보고 있다면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생각보다
중요한 지표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5.3%를 넘었다
최근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5.3%를 넘어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의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8월 18일 미국 시장에서는 3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33% 안팎까지 상승했고,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압박을 받았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배경에는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충격은 하루 뒤 우리 증시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8월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98.66포인트, 5.8% 하락한 6,471.17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낙폭이 6%를 넘으면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특히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도대체 미국 국채금리가 무엇이기에 주식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떨어지는 이유
쉽게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연 5%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 투자자의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식은 가격이 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미국 국채의 금리가 상당히 높아지면 굳이 비싼
주식을 사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주식에 투자해 앞으로 7~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한다고 생각해보자.
주가는 매일 움직이고 기업 실적도 확인해야 하며 경기침체나 전쟁 같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장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5%를 넘어선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시작된다.
'이 정도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비싼 주식을 계속 보유해야 할까?'
이런 판단을 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일부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국채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때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된다.
특히 성장주와 반도체주가 금리에 민감하다
모든 주식이 똑같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채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분야가 기술주와 성장주다.
성장주는 현재 벌어들이는 돈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다.
주식의 가치를 계산할 때 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진다.
쉽게 표현하면 금리가 낮을 때는 '몇 년 뒤 크게 성장할 기업'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질수록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확실하게 돈을 버는 기업을 더 까다롭게 찾게 되는 것이다.
미국 기술주가 장기금리 상승에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렸다.
8월 18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5% 하락하면서 기술주 하락을 주도했다.
미국 반도체가 떨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미국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AI와 반도체 관련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다음 날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최근 반도체 산업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장기금리가 높아지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가 반갑지 않다.
AI 투자가 예상보다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결국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도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의 주가까지 연결된다.
실제로 이번 국내 증시 급락에서도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함께 AI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를 압박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왜 하필 30년물 국채금리가 중요할까
미국 국채에는 2년물, 10년물, 30년물 등 여러 만기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많이 보는 것은 10년물 국채금리지만 최근에는 30년물 움직임도 중요해졌다.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물가, 재정적자, 정부부채 등에 대한 부담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채 발행 물량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더해지면 장기채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 30년물 국채금리가 5.3%를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 하나가 올라간 문제가 아니다.
시장이 장기적인 금리와 물가, 정부부채 부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식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여기서 처음 채권을 보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가 헷갈릴 수 있다.
국채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사람들이 국채를 많이 사서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채권 가격과 시장수익률은 기본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존 채권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져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 새로 그 채권을 사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올라간다.
따라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다'는 뉴스 뒤에는 장기채 가격 하락과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수익률 상승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이번처럼 증시가 하루에 크게 떨어지면 마음이 급해진다.
나도 주식을 보고 있는 입장에서 계좌에 빨간색보다 파란색이 많아지면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반대로 '많이 떨어졌으니 더 사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주가만 보는 것보다 왜 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확인하려는 것은 미국 30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미국 반도체지수, AI 데이터센터
투자 흐름, 외국인 수급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다.
특히 장기 국채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아니면 급등 이후 안정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30년물 금리는 5.33%대까지 급등한 뒤 19일에는 5.2%대로 일부 내려오며 진정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결국 하루의 숫자보다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나는 이번 상황을 이렇게 이해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 안전자산의 매력 증가
→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 감소
→ 기업 자금조달 비용 부담 증가
→ 성장주 가치평가 부담
→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 하락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심리 악화
→ 코스피 하락 압력 확대
물론 코스피 급락의 원인을 미국 국채금리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이번 시장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미국 반도체주 급락 등 여러 악재가
동시에 작용했다.
그럼에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왜 중요한지 알고 있으면 증시가 갑자기 흔들릴 때 상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주식을 하면서 예전에는 삼성전자 주가만 확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된다.
삼성전자 주가를 제대로 보려면 미국 반도체를 봐야 하고, 미국 반도체를 보려면 AI 투자를 봐야 하고, AI 투자를 보려면 금리를 봐야 한다.
결국 한국 증시도 미국 채권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오늘 코스피가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공포에 휩쓸려 바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미국 장기금리가
안정되는지, 반도체 투자심리가 회복되는지 차근차근 확인해보려고 한다.
내 돈이 들어간 주식이라면 단순히 '올랐다, 떨어졌다'에서 끝내지 않고 왜 움직였는지를 이해하는 것.
적어도 그것이 흔들리는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공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