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가 멈춘 것은 투기가 아니라 실수요였다
거래가 사라진 부동산 시장, 규제가 남긴 후유증
최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가장 정확한 표현은 ‘조용하다’가 아니라 ‘멈췄다’에 가깝다.
매물이 없는 것도, 사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거래 자체가 사라졌다.
정부의 대출 규제는 투기 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시작됐다.
다주택자 대출 제한, 고가주택 LTV 축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명확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차단된 것은 단기 투기 수요가 아니라, 장기간 준비해 온 실수요자였다.
첫 주택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 자녀 교육이나 직장 이동으로 주거 이전이 필요한 가구, 노후 대비를 위해 갈아타기를 고려하던 40~50대 실수요자들이 자금 조달 단계에서 막혔다.
현금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버틸 수 있었지만, 소득을 기반으로 대출을 활용해야 하는 평범한 가구는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왜 집값은 잡히지 않았나
거래가 줄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거래 절벽 속에서도 집값은 지역별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거래가 사라졌을 뿐, 매도자가 가격을 낮출 유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매도자는 ‘지금 팔 필요가 없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특히 1주택자나 장기 보유자는 가격을 낮추느니 보유를 택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줄고, 일부 급매만 간헐적으로 거래되면서 가격 지표는 왜곡된다.
이는 집값 안정이 아니라, 가격 신호가 작동하지 않는 비정상 상태다.
거래 절벽이 만든 시장의 후유증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는 혈액과 같다.
거래가 끊기면 가격, 공급, 수요 모두 왜곡된다.
현재 나타나는 후유증은 이미 여러 영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첫째, 주택 이동 사다리가 무너졌다.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외곽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정상적인 주거 이동이 막히면서 가구의 선택지가 사라졌다.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둘째, 신축 공급에도 악영향을 준다.
분양 시장은 기존 주택 거래와 연결돼 있다.
기존 주택을 팔아야 새 집을 살 수 있는 구조에서 거래가 멈추면 분양 수요도 위축된다.
결국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가격 불안을 키운다.
셋째, 정책 신뢰가 흔들린다.
규제를 강화해도 가격이 잡히지 않고, 완화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관망에 들어간다.
관망은 다시 거래 절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상화다
규제 완화라는 표현은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투기를 부추기는 완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한 최소한의 복원이다.
실수요자가 소득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대출을 활용할 수 있고, 주택 이동이 막히지 않는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생애 최초 구입자, 1주택 갈아타기 수요, 장기 보유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정교하게 분리할 필요가 있다.
모두를 동일한 잣대로 묶는 방식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얼려버린다.
거래 없는 안정은 착시일 뿐이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된 것이 아니라 정지된 상태다.
거래가 사라진 시장에서는 가격이 의미를 잃고, 정책 효과도 측정할 수 없다.
실수요가 숨을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시장은 다시 움직인다.
집값을 잡는다는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거래가 회복돼야 가격도, 공급도, 정책도 제자리를 찾는다.
지금의 거래 절벽은 규제가 남긴 후유증이며, 그 대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은 억누른다고 안정되지 않는다. 움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해진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