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매도 폭탄의 진실, 대주주 양도세가 만든 주가 왜곡
연말이 다가오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연말 매도 폭탄’이다.
특히 코스닥 중소형주에서 두드러지는 급락 현상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한 세금 이슈로 보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시장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하는 제도적 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주주 여부는 보유 지분율 또는 보유 금액 기준으로 판정된다.
특정 시점, 통상 12월 말 기준으로 대주주에 해당하면 다음 해 주식 매도 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일’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준일 이전에 보유 지분을 낮추면 대주주 요건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고액 투자자들이 연말 직전에 집중 매도에 나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 바로 연말 수급 왜곡이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단기 매물이 출회되고,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눌린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유를 모른 채 하락을 맞게 되고, 시장 전반의 신뢰도도 훼손된다. 이러한 흐름은 매년 반복되며 하나의 ‘계절성 리스크’처럼 인식되고 있다.
대주주 기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조정 논란을 겪어왔다.
기준을 강화하면 과세 형평성은 높아지지만, 연말 매도 압력은 커진다.
반대로 기준을 완화하면 단기 수급 왜곡은 줄어들 수 있으나,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과세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다.
정책 당국은 세수 안정과 시장 안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지점은 ‘보유 금액 기준’이다.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의 경우 일정 금액만 넘어도 대주주로 분류될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해 평가액이 커지면 의도치 않게 대주주가 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세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연말마다 인위적 매도를 고민하게 된다.
이는 장기투자를 장려해야 할 정책 방향과도 충돌한다.
시장 왜곡 문제는 더 구조적이다.
세금 회피 목적의 매도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다.
그러나 수급 충격은 실제 가격에 반영된다.
특히 유동성이 낮은 종목은 소수의 매도 물량만으로도 급락이 발생한다.
이후 1월이 되면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며 ‘1월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세제 구조가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국가는 보유 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평균 잔고를 산정하거나, 대주주 개념 대신 전면적인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를 운영한다.
기준일 집중 매도라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한국처럼 특정 시점 잔고를 기준으로 삼는 구조는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기준일 단일 구조를 완화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평균 보유 잔고를 기준으로 삼으면 연말 집중 매도 유인은 줄어든다.
둘째, 소액주주 보호 관점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 단기 절세 매도보다 장기 보유가 유리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최근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다.
수급 구조가 민감해진 만큼 세제 정책이 가격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기관·외국인 자금 흐름뿐 아니라 개인 대주주 매도 움직임에 따라 연말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세금 회피냐 시장 왜곡이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과세 형평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가 시장 기능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투자자 신뢰를 훼손한다면 개선 논의는 필요하다.
대주주 규제는 단순한 세법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 설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말 매도 폭탄은 우연이 아니다.
제도가 만들어낸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도 투자자의 행동 유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수 확보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조화시키는 정교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연말 매도 논란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정책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장기적으로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투자자에게 불필요한 변동성을 강요하지 않는 세제 설계, 그것이 주가 누르기 방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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